건강을 위한 식단, 마음을 갉아먹다
저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영앤리치'죠. 좋은 학벌에 외국계 금융사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제 자신을 가꾸는 데도 소홀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필라테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식단은 몇 년째 전문 트레이너와 영양사의 코칭을 받아 칼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제 식단은 저지방, 고단백, 클린식의 정석입니다. 아침엔 그릭요거트와 베리 몇 알, 점심엔 닭가슴살이나 흰살생선 샐러드(드레싱은 올리브오일 약간), 저녁엔 채소 스팀 요리가 전부입니다. 몸에 나쁘다는 붉은 고기나 동물성 지방은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덕분에 몸매는 늘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고 있는데, 제 마음은 하루하루 지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사소한 일에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는 공황장애에 가까운 불안감에 질식할 것 같습니다. 밤에는 이유 없이 찾아오는 초조함에 수면유도제 없이는 잠들기 힘든 날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업무에 집중이 안 되는 '브레인 포그' 현상까지 심해져 큰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정신과 상담도 받아보고, 좋다는 명상 앱도 사용해봤지만 그때뿐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 탓이라며 약물 용량을 늘리자고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곳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방 섭취와 정신 건강에 대한 내용을 봤죠. 솔직히 제가 지금껏 믿어온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라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쭤봅니다. 제가 건강하다고 믿고 있는 이 '저지방 식단'이 오히려 제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는 걸까요? 먼저 완벽한 자기관리와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오셨을지 깊이 공감합니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불안과 초조함으로 고통받고 계신다니 정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상담자님께서 던지신 마지막 질문, "저지방 식단이 제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는 걸까요?" 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담자님의 몸은 최상의 재료로 지어야 할 '뇌'라는 집을, 자재(지방) 공급을 끊어놓은 채 억지로 지탱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겪고 계시는 극심한 불안감은 몸이 보내는 절박한 '영양 결핍'의 신호입니다. 두뇌는 지방으로 만들어진 '고지방' 기관입니다. 우리가 간과하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건조 중량의 60% 이상이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 우리 몸의 모든 세포막과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들은 콜레스테롤(지방)을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상담자님께서 수년간 피땀 흘려 지켜오신 '저지방, 고단백, 클린식'은 안타깝게도 바로 이 뇌와 신경계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와 연료를 차단하는 식단이었습니다. 뇌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원합니다. 저지방 식단으로 인해 뇌가 필요로 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부족해지면, 뇌 기능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집중력 저하와 '브레인 포그'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또한,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등) 수용체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콜레스테롤이 필수적인데,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이 시스템이 망가져 우울감과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코티솔,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들은 모두 콜레스테롤을 기반으로 합성됩니다. 상담자님처럼 동물성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총알(호르몬)'을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공황감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해결책: 두려움을 넘어, 뇌에게 '진짜 음식'을 주세요. 당신의 지난 수년간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방향을 조금만 수정하면 몸과 마음 모두에서 진정한 건강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식단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지금의 불안감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입니다. "주인님, 제발 뇌가 일할 수 있는 진짜 연료와 재료를 넣어주세요!"라는 간절한 외침인 셈이죠. 상담자님은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를 만큼 강한 의지와 실행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그 힘을 이제 '진정한 건강'을 위해 사용하실 때입니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우리 몸의 본능이 원하는 영양을 채워주신다면, 머지않아 지긋지긋한 불안감의 사슬을 끊고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평온한 삶을 되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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